1.어디에 삶의 가치를 둘 것인가?
생활 방식으로서 가치를 말할 때, 아파트는 ‘공유의 가치’를, 단독주택은 ‘독립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는 여러 세대가 하나의 건물 안에 거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 세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거주하기는 편리하다지만 이웃 간의 소통이 어렵습니다. 3면이 막혀 있어 답답한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해 거주자들 간의 소통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반면 단독주택은 단독으로 세대를 구성하고 있으니 독립성만큼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건축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독주택으로 쉽게 터전을 옮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공유 가치와 편리함 그리고 단독주택의 독립적 가치와 합리적인 가격을 결합한 ‘새로운 주거형태’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주거단지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파트도 아니고 단독주택도 아닌 ‘테라스 하우스’, ‘타운하우스(town house)’로 불리는 단지들이 그것입니다. 타운하우스는 3층 이하의 주택이 한 건물에 수평으로 연속해서 붙어있는 형태의 일종의 공동주택입니다. 최근 타운하우스 분양 홍보책자를 보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핵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살펴보면 대개는 이렇습니다. 도심 속 자연환경, 편리한 교통망, 쾌적한 주거환경, 옥상정원 등등. 심지어는 ‘야외 테라스에 승부를 겁시다!’라는 문구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택의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유럽의 나라이름, 즉 ‘스위스 마을’ ‘독일마을’ ‘프랑스 마을’을 가지고 단지 콘셉트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는 곳도 여럿 있습니다. 눈을 씻고 봐도 ‘집의 가치’ 나 ‘삶의 가치’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모두 외부적인 요소에만 초점이 쏠려 있습니다.
2. 실내 공간에 대한 관심
집은 사는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다고 합니다. 그릇은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값어치 있는 물건을 담고 있으면 그 그릇의 가치는 자연스레 올라가게 됩니다.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평온함, 안락함, 행복이 어디에서부터 나올까요? 집짓기를 결정했다면, 설계도를 완성하고 시공해서 입주할 때까지 수많은 생각의 단계를 거칩니다. 설계단계에서는 집을 배치하고, 외부 형태를 잡고, 필요에 따라 실내 공간을 구획하며, 마당과 실내의 연계를 고민합니다. 전체 실내외 마감 재료도 선정하게 되지요. 시공은 완성된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필요에 따라 상호 합의하에 설계변경도 이루어집니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가장 소홀이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실내 거주 환경에 대한 고민과 배려입니다.
우리들의 생활 패턴을 하루 동안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하루 중 10% 정도의 시간만 외부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실내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신선한 공기로 가득해야 할 실내가 먼지, 곰팡이, 애완 동물의 비듬과 같은 오염물질이 대신하고 있다면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외적인 환경에 시간과 돈을 더 많이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황사, 미세먼지, 오존지수는 우리가 집 밖으로 나갈 때 항상 신경 쓰이는 대표적인 요소들입니다. 바깥 공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 보도라도 있는 날에는 신경을 바짝 써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정작 실내 공기질의 오염도에 대해서는 무덤덤합니다. 실내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신경 써야할 오염 요소들이 존재하기 마련인데도 말이죠. 이 요소들은 실내 공기질(indoor air quality)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실내 공기질이 나빠지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실내 환경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미국 폐 학회(American Lung Association)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1,700만 명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요 원인은 집 내부의 공기질이 취약한 실내 환경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면 건강한 집에서 살아야 합니다. 건강한 집에 사는 사람은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평온하고 안락하며 행복하게 삶을 누릴 수 있는 확률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높습니다.
3. 건강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려면
건강한 집, 특히 공기질이 좋은 실내 환경을 가진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건물에 대한 에너지법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시간이 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높아진 에너지법에 적합한 집을 짓기 위해서 대개는 단열성능을 강화하고 기밀성을 높이는 시공을 합니다. 기밀성능은 집의 외부와 내부의 공기 흐름을 완전히 차단했을 때 효과를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사방이 막힌 비닐하우스는 내부와 외부의 공기가 차단되어 내부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안에 계속 있으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올라가고 공기가 혼탁해지며 머리가 아픕니다.
집도 마찬가지로 외부와 내부의 공기가 차단되면 실내 공기질이 나빠집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창문을 열면 환기는 됩니다. 그러나 환기되는 만큼 냉,난방 에너지가 손실되니 에너지를 중시하는 집에서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여름철에는 에어컨으로 식힌 차가운 공기,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데워진 따뜻한 공기가 열린 창문을 통해서 빠져 나가게 됩니다. 더워진 공기를 다시 차갑게, 차가원진 공기를 다시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냉·난방기를 각각 더 가동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기도 시키고 그로 인한 열손실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가 열회수 환기장치(hear recovery ventilation)입니다. 이 기계장치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자연환기 방법이 아니라 기계에 설치되어 있는 필터를 통해 실내에서 오염된 공기를 걸러주고 열은 다시 회수해서 실내로 돌려보냅니다. 필터가 공기를 걸러주기 때문에 필터의 성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걸러진 공기는 집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체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각 실로 전달됩니다. 오래된 배관의 경우 여러 가지 이물질이 끼어 있을지 모를 상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오염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실내 공기질은 집이 어떤 재료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건축 재료에는 대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독성 화합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들 화합물질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카펫, 페인트, 시트지, 주방가구에 쓰이는 파티클보드, 건축용 접착제 등에서 검출됩니다.
이런 재료들은 피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실내 환경을 조성한다면 실내 공기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건강한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원천, 건강한 집 (1) | 2023.12.04 |
---|---|
건강한 집은 우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제공 (0) | 2023.12.04 |
건강한 집의 조건 5, 적절한 습도 유지 (1) | 2023.12.03 |
건강한 집의 조건 4, 햇빛이 가득한 공간 (1) | 2023.12.03 |
건강한 집의 조건 3, 신선한 공기 유입 (2) | 202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