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한 집이 갖추어야 할 요소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완벽한 웰빙의 상태’라고 강조합니다. 육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안락함과 같은 정신적 웰빙도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뜻입니다. 건강한 집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인 웰빙을 제공해 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증명됩니다. 웰빙(well-being)은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나 행동’을 말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웰빙을 통해서 몸과 마음의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웰빙 관련 상품들이 상당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 상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집이 다양한 웰빙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 거주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게 마련입니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연구진의 유럽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집은 적절한 온도, 채광, 공기질 같은 기본적인 조건 이상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요소들은 10개로 압축되는데, ‘감성적 웰빙’ ‘기능적 웰빙’ ‘웰빙을 위한 공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따라 아래 <표 1>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1)감성적 웰빙 | 2)기능적 웰빙 | 3)웰빙을 위한 공간 |
- 감정적 애착 - 실내 환경 - 이웃 - 일광(daylight) - 수면의 질 |
- 리노베이션 상태 - 에너지 소비 - 습도 - 열의 제어 |
- 사이즈 |
연구결과를 분석한 연구팀은 집의 크기 즉, 사이즈는 감성적, 기능적 웰빙에 속한 다른 9가지 요소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머무는 공간의 크기는 평안함과 행복을 제공하는데 그다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중해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에 대한 만족도는 집의 크기와 리노베이션 상태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동유럽에서는 실내 환경이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조사됐습니다.
나머지 감성적 웰빙과 기능적 웰빙은 건강한 집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들입니다. 집짓기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위에서 나열된 10가지 항목을 비교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집의 우선순위 항목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자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추구하는 집은 웰빙과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지, 아니면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지표 말입니다.
2. 에너지소비와 실내환경의 균형 필요
최근 들어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소비를 줄이자는 분위기가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다. 지구를 아프게 하는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대기를 오염시키는 이산화탄소(CO2)입니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환경변화연구소(Environmental Change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건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로(zero)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의 강력한 법률적 조치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건물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이 전체 산업에서 배출되는 양의 44%44% 정도를 차지합니다. 미국의 경우도 40%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건물부문에서 소비된 에너지양이 25%를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 아직은 그 수치가 적지만 여전히 신경 써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습니다. 건물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냉·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로부터 기인합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와 건물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건물에서 냉·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기술을 실제로 건물에 적용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건물(sustainable building)’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 집을 짓겠다고 하는 예비건축주들이 예전과 비교해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묻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에너지주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상황이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만 온통 관심을 갖다보면 자칫 지속가능한 건물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성의 최종 목적은 건강한 거주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에만 초점을 맞춰 집짓기에 접근하면 건강, 웰빙에 대한 부분은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행복한 집짓기를 위해서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즉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면 먼저 단열성능을 높여야 합니다. 단열 성능을 높이려면 성능이 우수한 단열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단열재는 ‘보온을 하거나 열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재료입니다. 겨울철에는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시키고, 여름철에는 외부 열을 차단해서 실내가 덥지 않도록 적용하는 재료가 바로 단열재입니다. 기밀성능을 높여도 집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기밀은 ‘새지 않게 틈을 막는 것’입니다. 외벽과 지붕에 있는 모든 틈을 틀어막아야 기밀성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벽과 지붕에 틈이나 구멍이 없이 단열재를 시공하면 집의 단열과 기밀성능은 아주 높아집니다. 창문이 없다면 거의 완벽한 단열과 기밀성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문이 없는 집은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찐빵에서 맛을 내는 앙꼬가 중요하듯 집에서는 창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단열과 기밀성능을 높이고 성능 좋은 창문을 사용하면 전체적인 집의 에너지 성능은 일반적인 집에 비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열과 기밀성능을 높이는 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에너지 성능을 향상하려는 노력이 자칫 거주자의 건강, 웰빙, 안락함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에서는 환기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기가 되지 않으면 거주자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집은 거주자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거주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에너지 가치와 관계없이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안락함과 신선한 공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3. 건강한 집과 건강한 사람의 상호관계
건강한 집은 거주자에게 건강과 웰빙 그리고 안락함을 제공해 줍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집이 인간의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최근 몇 년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심각할 정도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200만 명이 넘는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환기도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데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감성적 웰빙의 관점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항목은 '자연광(daylight)'과 '수면의 질(quality of sleep)'입니다. 이 두가지 항목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것들이 너무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1년 내내 자연광(일광)이 풍부한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유럽문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자연광에 광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들의 문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있습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눈 만 보일정도로 얼굴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그것도 부족해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좋다는 모자를 쓰고, 마스크 속 얼굴은 선크림까지 바르고 거리를 활보합니다. 유럽사람들은 온 몸으로 햇빛을 쬐려고 하고, 우리는 햇빛이 우리 몸에 닿지 못하도록 차단하려고 애씁니다. 빛을 가리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합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엘엔 화이트는 “자연광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훌륭한 치료자 중 하나”라며 “집안에 있는 모든 실은 건강한 햇살을 받아들이고, 신선한 공기 역시 끌어 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자연광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과다한 노출로 피부암이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일부 사람들은 자연광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시간 동안 피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거나 태우지만 안는다면 오히려 피부를 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광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국 태생의 간호사 나이팅게일도 그녀의 저서 ≪간호 노트≫에서 집안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 공기, 물, 청결 등을 언급하면서 자연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병원을 지으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좋은 집을 지으면 됩니다.” 그 당시 나이팅게일은 ‘좋은 집’이 충분히 병원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100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은 몸과 마음이 활기가 넘칠 때 가능합니다. 건강한 집이 제공하는 좋은 거주 환경을 통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활기 찬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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