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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건강한 집의 조건 5, 적절한 습도 유지

by 최재철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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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습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현상

습하고 곰팡이가 피어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 사는 사람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집 안이 축축하고 곰팡이가 피는 이유는 습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집 일수록 습도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는 심각합니다. 바깥 습도가 높은 여름철 며칠 동안 집을 비워본 일이 있을 겁니다.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는 쾌쾌한 냄새를 없애느라 고생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텐데요. 방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뒤져보지만 찾아내기 어려웠던 경험. 마지막으로 장롱을 치웠을 때 곰팡이로 뒤덮여 있는 벽을 보고 말문이 막힌 적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유럽 사람들의 15%는 습한 환경에 노출된 체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집 안이 습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통계에 의하면, 습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적정 수준의 습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천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집 안에서 습기가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요? 놀랍게도 대부분의 습기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발생됩니다. 청소, 요리, 목욕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수증기가 발생됩니다. 이 수증기는 실내 공기에 습기의 양을 계속 높여 줍니다. 결국 실내 공기가 외부 공기보다 더 많은 습기를 포함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실내 습도 양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4인 가족이 일상생활을 통해 매일 발생시키는 수증기의 양은 무려 10리터나 된다고 합니다. 몇 시간씩 곰국을 끓인다던지 빨래라도 삶게 되는 날이면 그 양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아지게 됩니다. 생활 습관에 따라 수증기 발생 양에도 분명한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집의 실내 습도의 양은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물을 많이 쓰는 습식 문화인데 비해 그들은 건식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집 안에 습도가 증가하면 기침, 알레르기, 천식과 같은 질병이 쉽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실내에서의 적절한 습도 유지는 건강 유지에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출처  Anne Nygård

2. 적절한 습도조절이 필요한 이유

습도는 상대습도, 절대습도, 비습도 3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현재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양과 그 온도에서 실제 포함된 수증기 양과의 비율'입니.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있는데, 이 공기에 실제로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비율로 나타내어 상대습도라고 부릅니다상대습도가 50%라는 의미는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이 절반이나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겨울에는 대개 실내가 건조합니다. 실내에 있는 수증기 양은 고정되어 있는데 이 상태에서 난방을 하게 되면 온도가 올라갑니다. 따뜻해진 온도는 습기를 건조시켜 상대적으로 전체 습도의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아질수록 더 불쾌감을 느낍니다. 땀을 많이 흘려서가 아닙니다. 끈적끈적한 습도 때문에 몸에 묻은 땀이 증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습도는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문제를 일으키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내에서 습도 조절이 안 되면 거주자에게는 치명타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집도 병이 듭니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습도를 유지하면 실내가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실내환경에서는 거주자도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실내에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상대습도는 40~60% 정도입니다. 실내 습도가 70%가 넘으면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합니다. 집먼지 진드기는 아토피와 비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비염이 심한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민감합니다. 실외에 있다가 환경이 안 좋은 실내로 들어가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피부에서 반응하면 아토피로 코에서 반응하면 비염으로 발전됩니다. 습도가 높아지면 실내에 곰팡이도 발생합니다.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집니다. 물기가 없으니 피부도 건조해집니다. 건조해진 피부는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건조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코 점막이 손상을 입습니다. 코 속 주위에 있는 빈 공간이 온도와 습도 조절이 안 되면 염증이 생깁니다. 이렇게 생긴 염증 때문에 콧물이 나가지 못하면 고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콧물이 쌓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축농증이라고 합니다.

축농증은 추운 집에서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실내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곳에 사는 사람에 비해 축농증으로부터 고통 받는 확률이 25%나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집 안 습도만 잘 조절해도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몸의 건강도 지키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3. 습도를 적절하기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의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습도를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조절한다는 것이 어디 생각만큼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그런 환경에 사는 것 자체가 불안합니다. 유럽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8천만 명이 넘는 유럽 사람들이 습기에 과도하게 노출된 집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천식 같은 호흡기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피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적정한 수준의 습도를 맞춰 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요?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물려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예로 집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집 안 습도는 단열, 환기, 온도차, 시공할 때 발생된 수증기에 의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발생한 습기가 집 밖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결로가 발생합니다. 집 밖에 온도와 실내 온도에 차이가 생기면 습기가 뭉치면서 이슬이 되는 것입니다. 물체의 표면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면 그 부분은 곧 축축해집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결로는 온도 차이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결로를 막으려면 단열이 필요합니다. 단열은 실내외 온도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열재 물체의 표면 온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단열에 너무 신경을 쓰게 되면 실내의 기밀성이 높아져 실외로 수증기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벽에 실크벽지라고 불리는 비닐계, 합성수지벽지를 사용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벽에 결로가 진행 중이라도 습기는 실크벽지를 통과하지 못하고 벽지 속에 갇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벽표면에 곰팡이가 생기더라도 벽지 위로 곰팡이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집짓기를 계획할 때 마감재 선정에 신경 써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번에 언급한 주기적인 환기도 실내 습도를 줄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이쯤 되면 그럼 어쩌란 말이냐라고 자포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입니다. 실내 습도에 의한 피해는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건강한 집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가치를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출처  Patrick Per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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