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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목조주택, 지진에도 끄떡 없는 집

by 최재철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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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재철 (캐나다 목조주택 골조 현장)

 

1. 목조주택이 지진에 잘 견디는 이유

나무는 콘크리트나 스틸에 비해 무게가 가볍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수천 년에 걸쳐 건축물의 주요 구조를 담당하는 건축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나무를 건축재료로 사용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무는 첫째, 탄력성이 좋습니다. 둘째, 가벼운 무게 대비 강도(strength)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일본주택 목재기술센터에서는 목재(timber)와 콘크리트(concrete), 스틸(steel)의 무게 대비 강도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목재는 스틸이나 콘크리트보다 가볍지만 내구성이 좋아 구조적으로 이상적인 재료'라는 것이었습니다.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입으로 세게 바람을 일으킵니다. 그때 지푸라기와 나무로 만든 집은 금세 허물어지고 맙니다. 벽돌로 만든 집 앞에 선 늑대가 다시 바람을 일으킵니다. 벽돌로 지은 집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눈치채셨나요? 네 맞습니다.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나무로 만든 집, 즉 목조주택을 지푸라기 집과 동급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벽돌집은 가장 튼튼한 집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세계의 지진 현장을 살펴볼 때,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은 집은 나무집이 아니라 벽돌집입니다.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에 대한 기록을 보면 피해자 수만 1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대다수가 무너진 건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해 압사당했다고 합니다. 석조건물과 조적(벽돌)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벽돌집은 수평하중, 즉 강풍이나 지진에 무너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나무가 강풍이나 지진에 약한 구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이것 또한 나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구조는 강풍이나 지진과 같은 외부적인 하중이 작용했을 때 콘크리트나 철골과 같은 다른 구조물에 비해 훨씬 안전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칼리 톰슨(Kalee Thompson)은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어느 신문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잘 지어진 목조주택 내부에 그냥 있으세요!" 칼리 톰슨이 얼마나 목조주택에 대해 신뢰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예입니다.  

 

목조주택이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무게 대비 강도가 좋다는 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벽, 바닥, 지붕 구조, 즉 건물의 주요구조부에 가새(bracing)나 연결철물(metal connector)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물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구조적인 안정성이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연결철물의 역할

연결철물은 목조주택의 지붕, 바닥, 벽 등의 뼈대(골조)를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구조체가 하나의 개체로 일체화 된다는 것은 건물에 전달되는 하중 경로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건물에 작용하는 하중 경로가 끊긴다면, 그 부분에는 집중적인 외력이 가해지게 됩니다. 구조용 목재가 그 외경을 충분히 견딜 수 있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중경로가 끊어진 부분은 외력으로부터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결된 하중경로로 건물에 발생하는 하중이 골고루 분산되어야 안전한 구조가 됩니다. 하중이 어느 한곳에 집중되면 그 부위가 외력에 저항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기 때문에 결국 구조가 약해지는 것입니다.

 

연결철물은 목조주택의 각 부분에 작용하는 하중이 기초부터 지붕까지 연속으로 전달되도록 구조적인 역할을 감당합니다. 지진 발생 시 벽돌조 건물의 벽돌이 순식간에 분리되는 것과 달리, 목구조는 건물 전체가 하나의 개체(유닛)로서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역할을 연결철물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5년 일본 고베,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지진은 역사적으로 기록될 정도의 강진이었습니다. 강진으로 인해 수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혔습니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도 지진에 예외적인 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부는 내진기준을 강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69월 경주에서는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으로 평가되는 경주 지진으로 사람들의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지붕의 기와장이 떨어지고 벽에 금이 가고 집안의 물건들이 진동으로 인해 여기저기 나뒹굴었습니다. 이런 광경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집안에 머물러 있는 다는 것 자체가 무섭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집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불안한 곳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쉽게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경주 지진으로 인해 국토교통부는 건물에 대한 내진기준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신축 주택과 소규모 건축물도 내진 설계를 해야 건축이 가능해졌습니다. 목조주택은 오래전부터 강화된 내진 기준보다 더 나은 구조성능을 발휘해 왔습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매년 지어지는 수십만 채의 건물이 목구조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출처  Jose Antonio

 

3. 목조주택은 지진에 안전한 집

제주도에 목조로 주택, 펜션, 카페를 지어 운영하며 살고 있는 지인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그는 목재가 다 좋다는 건 알았는데, 정말로 제주도에서 큰 피해를 입히는 태풍에도 구조적으로 안전할까에 대해서는 약간 불안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으려다 마지막 순간에 목구조로 구조를 바꾸기로 마음의 결정을 하고 나서였습니다. 그런데 결정하고 나서도 이 부분이 제일 불안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연중 강한 태풍이 불고 비도 많이 내리는 지역이 여러 곳 있습니다. 그의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곳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대가 높고 주변에 바람을 막아줄 산이나 큰 건물도 없었으니 그가 불안해 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주한 지 7년이 지난 지금은 제주에서 강력한 비바람과 태풍에도 아무런 불안을 못 느끼고 있고, 이 때문인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목조에 대한 불안한 생각도 완전히 사라졌다며 만족스럽게 제주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목조주택은 지진에 안전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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