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축재료로서 나무가 가지고 있는 불안요소
나무는 우리에게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런 혜택을 받은 우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무로 집을 짓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로 집을 짓는다는 얘기를 들은 상대방이 '아니 왜 나무로 집을 지어요?' 라는 반응을 한다면, 그 사람은 나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공정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물에 대한 판단이 흐립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 즉 팩트(fact)를 못보고 그것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년간 대학교에서 건축학과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5년 과정의 건축과 학생들은 대부분의 수업을 철근콘크리트와 스틸 구조 위주로 듣게 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콘크리트와 스틸은 근대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르치는 교수도 배우는 학생도 두 재료에 대해서는 상당히 익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두 재료와 비교해 다른 재료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합니다. 특히 나무라는 재료에 대해서는 고정된 틀에 갇혀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건축 재료로서의 나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 것은 학기 초마다 제가 선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단 건축과 학생들뿐이 아닙니다. 저는 일반인들을 위한 건축 강연을 통해서나 건축전문가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무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건축재료로서 나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학생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학기 초 학생들과의 첫 대면에서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은 "여러분이 나무를 사용해서 집을 설계하거나 시공해야 한다면 어떤 요소 때문에 나무 사용을 꺼려하게 될 것 같나요?"였습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이유는 나무에 대한 학생들의 편견과 선입견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의문점에 대해 팩트를 알려주기 위함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답변을 통해 정리한 나무를 건축재료로 사용하는 데 있어 불안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나무는 화재에 약하다
둘째, 나무는 썩기 쉽다
셋째, 나무는 구조적으로 약하다
넷째, 나무는 수명이 짧다
어떠세요? 여러분도 위의 4가지 불안요소에 동의하시나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무를 사용하는데 있어 불안한 첫 번째 요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 나무가 불에 강한 이유
앞서 언급했듯이 나무를 사용함에 있어 첫번째 불안요소는 '나무는 화재에 약하다'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무는 실제로 불에 잘 탑니다. 이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편견이자 선입견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나무가 불에 잘 타는 재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주요 구조재로 사용하는 목조주택도 화재에 약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목조주택의 골조가 나무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화재에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면 제가 설명하는 내용을 지금부터 잘 따라와 보십시오. 그리고 이후부터는 나무에 대한 이런 편견은 머릿속에서 지우시기를 바랍니다.
철근 콘크리트나 철골로 지은 주택이라고 해서 화재에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화재가 나면 재료가 나무든지, 철근 콘크리트든지, 철골이든지 상관없이 골조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나무만 불에 타는 것이 아닙니다. 콘크리트와 스틸도 불에 탑니다. 콘크리트와 스틸은 표면에 불이 붙지 않아서 타는 게 아니라는 착각일 뿐입니다. 재료에 상관없이 화재는 구조적으로 건물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건축법에서 이른바 내화구조를 강화하는 목적은 구조물의 안전을 확보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만약 집에서 화재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집 안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사람이 화재가 난 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동안 구조물이 버텨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입니다. 재료가 불에 잘 타느냐 안 타느냐는 추후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점에서 나무는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재료에 비해 결코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무가 다른 건축 구조재에 비해 결코 화재에 약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여러 실험과 실제 화재 현장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나무는 수분을 빨아들이고 열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나무에 불이 붙으면 때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표면에는 탄화(숯) 층이(숯)층이 형성됩니다. 화재 시 나무에서 만들어지는 탄화 층은 산소의 공급을 막아주게 됩니다. 산소 공급이 안된다는 의미는 불에 의한 열이 나무 내부로 들어가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길이 나무속 깊이까지 들어가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나무로 지어진 건물에서 화재가 났다면, 이런 나무의 특성 때문에 나무 기둥이나 보가 일정 시간 동안 하중을 버틸 수 있으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시골집 아궁이에 장작불을 붙여본 경험이 있다면 잘 이해가 될 겁니다. 저녁에 장작에 불을 붙였는데 다음날 아침 아궁이 속을 들여다보면 그중 일부 장작이 여전히 타고 있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목재 표면은 불길에 의해 타고 있지만 표면에 형성된 탄화층이 나무 중심부까지 타들어 가는 시간을 스스로 제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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